매니저 리서치의 역사

1977년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이 최신 이론이론으로 여겨지던 시절, 필자는 러셀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여 리서치 업무를 시작하였고, 그 당시 펀드 리서치 부문의 전설적인 존재로 여겨지던 Madelyn Smith(주식 담당), Don Hardy(채권 담당), Blake Eagle(부동산 담당), Peter O. Dietz 박사(Research &Development담당이자 필자의 첫 상사), Gary Shinkoskey(주식/채권 뮤추얼펀드의 펀드 매니저), 그리고 Jannette Kirschman(클라이언트 리포팅 책임자)과 함께 근무하였다. 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당사의 리서치 전문가들은 세계 각지에서 담당 시장/전략 전문 애널리스트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1977년 당시 러셀 인베스트먼트에 근무하며 경험했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글로벌 유수의 기업 40여 기관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당사의 고객으로 남아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당사의 컨설팅서비스와 컨설팅 업무 지원팀의 가치를 고객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974년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가 입법화되며 투자 전문성이 강조되었고, 기업들은 그들의 기업 퇴직 연금 제도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신중히 수립되었음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에 투자 컨설팅 의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당시 기업 퇴직연금 운용은 조직 내 금융자산관리자를 고용하여 근로자들의 은퇴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으나 ERISA시행으로 기업이(sponsor) 자산운용 전문가(Money Manager)들에게 퇴직연금자산을 위탁하여 운용하는 방안이 대두되었다.

당사의 창립자인 Frank Russell의 손자 George F. Russell, Jr.는 그 누구보다도 자산운용 전문가 즉, 매니저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1969년 George는 매니저 리서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JCPenney와 첫 퇴직연금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George는 매니저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 직접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당사의 매니저 리서치는 George Frank Russell Jr.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량적(quantitative) 측면

필자가 입사 후 처음 맡은 업무는 Dietz 박사가 이끄는 정량적 펀드 리서치 업무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데이터(기본적으로 운용사의 포트폴리오들의 성과와 보유 종목에 대한)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은 수기로 진행됐지만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당사의 매니저 유니버스(Universe)가 구축되었으며, 성과 차트 및 통계 (Performance Charts & Statistics reports)보고서가 만들어 졌다. 당사의 매니저 유니버스는 컨설팅 고객과 자산운용 업계에서 사용하는 업계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사의 매니저 유니버스는 펀드 성과에 대한 통계와 포트폴리오 보유 종목 정보를 반영하여 유형이 비슷한 펀드들을 비교(apples-to-apples) 할 수 있도록 스타일 유니버스 (style universe) 방식으로 구축되었다. 그 결과 고객은 명확하게 정의된 스타일 유니버스를 활용하여 상호 보완적인 매니저를 결합하여 분산투자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스타일 유니버스는 투자 프로세스 유형을 지칭할 때 초창기 사용했던 용어였으며, 이후 growth과 value 투자 접근법을 정의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필자가 입사한 지 10년 후 (1987년) 펀드 매니저 리서치 경험을 기반으로 업계 최초의 value 및 growth 인덱스를 출시하면서 러셀인베스트먼트는 스타일 투자 선구자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그 후 당사는 채권 포트폴리오, 글로벌 주식 및 부동산 펀드 매니저 유니버스를 추가로 개발했고, 영국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오피스 개소로, 해외 매니저 유니버스를 확장해 나가는 글로벌 투자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정성적(qualitative) 측면

당사의 매니저 리서치팀은 정량적 자료가 과거의 펀드 성과만을 보여준다는 한계점이 있고, 매니저들은 지속적으로 조직 구조, 인력, 투자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결국 매니저들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확실하게 이해하려면 강력한 정량적 평가에 더불어 모든 운용요소에 대한 정성적 분석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를 테면 매니저의 조직 구성 현황, 운용사의 성과가 한 명의 스타 펀드매니저에 의존하고 있는지 여부 및 스타펀드매니저의 퇴사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내부 조직 이슈 존재하는 지 등 진보적인 통찰력을 얻기 위해 George는 대면 회의와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1969년 George가 최초로 고용한 매니저 리서치 담당자는 Helane Grill이었고 이후 Madelyn Smith와 Joan Sobba가 고용되었다. 필자의 경험상 그들은 별도 시간을 내서 업무에 대한 조언과 지도를 베풀 정도로 모두 따뜻하고 매력적이며 대화하기 편한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의 이러한 성향과 유대감은 매니저들과 민감한 주제를 논할 때 도움이 되었다.

컨설팅 사업 초기, 당사의 승인을 받은 매니저 목록(approved list of managers)을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Madeline Smith는 이 목록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이 매니저들은 우리 개인 돈을 맡길 만한 곳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는 매니저 리서치 회의에서 해당 매니저의 내부 투자의사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매니저, 어시스턴트 및 애널리스트에 걸쳐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과정은 매니저들의 투자 아이디어가 어떻게 포트폴리오에 반영되어 운용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최근 매니저들의 내부 투자회의의 보안수준은 과거 보다 높아 졌기 때문에 직접 회의 참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회의 참관 및 러셀 자체 시스템을 통하여 매니저들의 투자모델을 평가한다. 이러한 매니저 미팅 프로세스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당사는 매니저들의 의견에도 세심히 귀를 기울여왔다. 매니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투자에 반영하고 매니저 리서치 데이터베이스에 분석내용을 업데이트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필자는 1990년 부동산팀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였던 Kim Metta와 처음 참석했던 매니저 리서치 회의가 지금도 기억난다. 회의가 끝날 무렵, 필자는 반 페이지 분량의 메모만 작성한 반면 Kim은 5페이지를 작성했다. 그녀는 본인이 작성한 메모를 건네며, “Dave, 당신은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질문과 메모는 충분히 하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건넸다.

당사 매니저 리서치팀의 성향 중 하나는 매니저 평가시 "실패(fluff)"라고 작성하지 않는 것이었다. 1983년 입사하여 최종적으로 Madelyn Smith와 공동으로 리서치팀을 이끌었던 Duncan Smith가 매니저들에게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 애널리스트가 회의 도중 자신의 펜을 내려놓는 것을 보게 된다면, 이는 나쁜 신호입니다.”라고 한 말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대신 Duncan은 4/Hire, 3/Retain, 2/Review 그리고 1/Termination의 총 네가지 등급을 통해 매니저 펀드들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시작했다. Duncan은 매니저 평가시 중간 등급과 같이 애매한 순위를 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결국 2/Review 등급을 받은 상품은 1년이내에 등급이 상향되거나 하향되도록 조정했다. 한편, Hire 등급은 매우 중요하게 간주되는데 당사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Hire 등급을 부여받은 매니저들의 성과와 자신의 성과가 연동되어 있고, 그런 면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매니저 등급 평가를 통해 스스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재 탐색

당사의 투자 프로세스의 핵심 요소 중 한가지는 항상 인재와 관련이 있었다. George는 핵심 원칙 중 하나로 “당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재 채용에 대한 강조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엄격한 정확성을 적용하고자 하는 George의 열망과도 관련이 있었다.

George가 채용했던 초기 인재들은 어느덧 업계 리더가 되었다. 필자의 직속상사였던Dietz 박사는 최초로 포트폴리오 성과 측정 방법론을 개발했다. 그와 일하는 것은 흡사 가장 존경하는 대학교수 밑에서 일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필자에게도 훌륭한 상사였다. 지금도 Dietz 성과산출 방법론이 매니저들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성과 산출 방법론으로써 각주에 인용되는 것을 보면 매우 기쁘다.

또 다른 핵심 인재로는 Kelly Haughton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매니저 리서치 유니버스를 보완하기 위해 진화된 성과측정 툴(tool)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그 일환으로 Russell 인덱스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Value 및 Growth 팩터가 주요 투자 요인으로 고려되면서, Small cap 인덱스인 Russell 2000 인덱스 개발은 팩터 투자를 실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니저 리서치에서 지적 호기심은 필수 덕목이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매니저를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리서치에 대한 당사의 철학과 관행을 이해하고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더불어 똑똑한 매니저들(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과 진정한 배테랑 매니저들 간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애널리스트를 고용할 때, 당사는 “당신이 처음 만난 50명의 매니저들은 똑똑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150번째 또는 200번째 미팅을 거친 후 누가 진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진정한 매니저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바로 당사에 다수의 경력이 풍부한 애널리스트들, 특히 평균 19년 이상 경력의 수석 펀드 리서치 전문가들이 있는 이유이다. 아마 이런 경력을 최종 목표로 갈망하는 사람은 필자 외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의 원천

당사 매니저 리서치 프로세스는 데이터 및 시스템 개선과 투자 접근 방법의 다양성 증대를 이룩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최고의 매니저를 모색하고 고객에게 우수한 성과를 제공하기위해 매니저 리서치에 중점적으로 기울인 노력 역시 지속적인 혁신과 새로운 투자 기회의 원천이 되었다.

  • 현시대는 기관 투자자들의 글로벌 투자가 일반적이지만, 1971년만 해도 미국 운용사들이 글로벌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당사는 1979년 영국과 유럽의 매니저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부터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분산투자를 제안하였다. 당사의 고객들은 글로벌 투자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우수한 투자 성과 결과를 가져갈 수 있었다.

  • 전통 자산에 대한 리서치는 자연스럽게 대체투자 및 사모시장(private market)의 투자 기회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George는 1971년에 Blake Eagle을 고용하여 자산군으로서의 상업용 부동산의 특성을 문서화하고 ‘FRC Property Index(현재 NCREIF Property Index)’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기관 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수요가 증가하였다.

  • 투자자들은 수익 원천이 독립적이면서도 다양한 전문화된 개별 매니저를에 선호하지만 이러한 매니저들을 개별적으로 선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1980년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첫 매니저 오브 매니저(manager-of-manager)펀드를 출시하여 종합 운용 포트폴리오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러한 멀티 매니저 펀드는 규모와 관계없이 고객에게 정교한 투자 접근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방법을 제공할 수 있었다.

혁신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셀인베스트먼트와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교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당사와 전 세계 매니저들간의 독립적이고 차별화된 관계를 통해 얻은 운용사 전문가들의 통찰력은, 여전히 당사의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당사의 주식매니저 리포트, 채권 매니저 서베이, ESG 운용사 서베이와 같은 리서치 보고서들 통해 액티브 운용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매니저들의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당사가 어떻게 매니저 리서치를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왔고 고객을 위해 얼마나 혁신적으로 전념해왔는지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또한, 여전히 초기 질적 그리고 양적 매니저 리서치 접근방식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매니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는 중요한 덕목으로 유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