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일시적 현상: 연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테이퍼링 개시를 선언하다

11월 3일(미국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정례 회의 결과는 두 가지 주요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도입한 양적 완화(QE) 즉,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입니다. 둘째, 현재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연준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보다 긴축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더욱 촉각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왜 테이퍼링(Tapering)이 문제가 되는가

연준의 테이퍼링 도입은 이미 유력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화하고 관련 세부사항(속도, 구성, 시기 등)을 발표했습니다.

양적 완화 뿐 아니라 테이퍼링은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을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산 매입 정책은 금리가 제로 수준일때 경기 부양 효과를 제공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경기 부양책 종료)과 동시에 자산을 매입(경기 부양책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양적 완화가 종료되어야만 첫 금리 인상 단행이 가능합니다. 현재 테이퍼링의 속도와 계획에 따르면, 양적 완화는 2022년 6월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전망에 이변이 없다면, 금리 인상은 이르면 2022년 6월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연준이2022년에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는 향후 경제 여건, 특히 노동시장 및 인플레이션의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준이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 상태(실업률 4% 이하)에 있는지 여부(당사는 강한 노동 수요를 기반으로 해당 시점에 완전 고용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
  • 인플레이션 2% 도달 여부 및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초과할지 여부.

인플레이션

미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공급망 병목현상 심화, 임금 인상, 주거비 인플레이션 급등이 목격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현재 인플레이션의 상황보다 내년 하반기(금리 인상 가능성이 논의될 시기)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플레이션이 2%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2% 미만 수준으로 떨어지면,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전망은 시장 불확실성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연준은 금리 인상 단행을 결정하기 전인 2022년 중반까지 시장 상황을 주시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운데, 당사는 그사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다음과 같이 예상합니다.

  • 수요 완화
    미국 경제는 제1,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19 긴급지원과 구제 및 경제안보를 위한 법(CARES act), 미국 구제계획(American Rescue Plan) 및 기타 재정 부양 정책에 따라 과잉 공급되었습니다. 이러한 경기 부양 정책은 가계 소득과 소비력을 강화시켰으나, 현재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전반적으로 소멸되었습니다. 또한 가계 저축률은 높지만, 이는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 부유층이 이 소득증가를 지배적으로 보유하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중인 인프라 법안은 결의되면 향후 10년에 걸쳐 인프라 개보수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 역시 경기 수요 측면을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수요 이동
    코로나 위기와 봉쇄 조치 이후 상품(전자제품, 가구 등)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급증했고 상품에 대한 소비자 지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바이러스에 관한 우려가 결국 완화되면서 수요는 대면 서비스 활동(식당, 스포츠, 여행)으로 대한 이동하는 양상입니다. 제조업 섹터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서비스 섹터는 여전히 회복세이며 성장여지가 높습니다. 서비스 부문과 같이 기존에 부진했던 섹터로의 이러한 순환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 중국의 경기 둔화
    당사의 투자 전략가인 Alex Cousley에 따르면 중국 경제활동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부채감축 국면을 거치면서 2022년 중국의 실제 GDP 성장률이 5% 이하로 둔화할 수 있을 것으로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원자재 시장, 특히 공업용 금속 부문의 주요 수요를 견인하지만, 중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은 생산과 무역을 저해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을 가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리스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당사는 예상합니다.

  • 투자 증가
    공급망 병목 현상은 기업들에게 높은 가격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역량에 투자하며 기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설문 조사에서 제조업 회사들의 단기적 자본투자 계획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반도체 제조 설비 및 장비에 관한 신규 투자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투자들에서 보상을 받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을 구축하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일반적인 디플레이션 효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장 특이한 특징은 지난 25년간 하락세인 내구재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7년 필립스가 최초의 평면 텔레비전을 선보였을 당시 가격은 15,000달러였습니다. 해상도는 4k나 8k는 고사하고, HD도 아니었던 이 텔레비전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치를 제외하면 현재는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디플레이션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내구재 가격에서 나타날 것으로 당사는 기대합니다.

투자 전략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매우 불확실합니다. 당사의 자체 모델을 통해 도출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시장 예상치와 확률적으로 비교했을 때 2022년에 Fed가 인상할 것인가에 대한 당사의 대답은 ‘그렇다’ 이지만 그 가능성이 95 %이상일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현재 리스크 요인들이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 보다는 단기적으로 더 느린 긴축 방향으로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익률 곡선이 다시 가팔라지는 것(yield curves to re-steepening)을 허용하며 이 경우 미국 금리 변화에 민감한 가치주의 또 다른 outperform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사의 전반적인 경제 전망은 중기적으로 위험 자산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경제 회복은 분명히 성숙단계에 있습니다. 미국 실질 GDP는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 최고치보다 1% 상회했으며 S&P 500 지수 구성 기업들의 수익(earning) 역시 이미 코로나 발생 이전 정점 대비 25%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완화적인 입장의 Fed 및 주된 거시경제적 불균형의 부재는 현재 경기 침체 리스크가 정상보다 더 낮은 수준임을 시사합니다. 투자를 유지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원칙에 기반해야 합니다. 특히 무위험 자산(현금)이 수익을 전혀 못내고, 단기적으로 강력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금 구매력을 약화시킬 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