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좋은 성과를 내는 자산군은 무엇인가?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rice index) 등 근래 어떤 물가 지표를 보더라도 상황은 모두 비슷합니다. 즉, 물가는 급격히 상승했고, 모든 지표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불편한 사실은 1982년 1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최근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서도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해당 조사가 이뤄진 시기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 우려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반갑지 않은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공급과 수요의 격차 완화, 완만한 경제 성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으로 긴축 통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여름이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올해 말에는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측정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2.75%~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2.75%~3.0% 수준이 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0%에 가까워지고, 물가상승압력이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빗나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이 앞으로 수년 더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투자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런 환경에서 어떤 자산군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시나리오는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는 당사의 기본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간과할 수 없으므로 만일에 대비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우선 과거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각 자산군의 성과가 어떠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어떤 자산군이 일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까요? 결과는 성장에 달려 있습니다.

먼저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은 인플레이션은 금융 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숙련된 투자자라면 고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적절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수한 실질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특정 자산군은 분명 다른 자산군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자산군일까요? 중요한 점은, 이에 대한 답이 해당 시기의 성장 환경, 즉 경제 성장이 높은 수준, 중간 수준, 낮은 수준인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 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표는 각기 다른 여섯 가지 성장 국면에서의 월평균수익률을 나타낸 것으로1, 낮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가지 경제 성장 시나리오 (상· 중· 하 경제 성장) 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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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returns by asset class in different inflation environments

저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 대부분의 자산군에 불리한 환경

저성장/고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부분의 자산군이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중반 이래 이 시기에는 주식 성과는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금, 글로벌 원자재, 미국 REITs의 성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특정유형의 채권 상품들만 유일하게 의미 있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2.

사실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의 조합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할 만하며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간 수준의 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보다 혼재된 결과가 나타난 점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다소 양호한 성과를 낸 반면 이머징 마켓 주식은 월평균수익률 1.7%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금, 원자재, TIPS, Hard Currency EMD 역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한편, 저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자산들의 수익률은 수준은 다소 낮은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고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 주식이 일반적으로 기타 자산군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위 표에 따르면 고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의 자산군 성과는 본질적으로 저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의 성과를 뒤집어 놓은 것과 같습니다. 미국 주식, 선진국 주식, 이머징 마켓 주식, 글로벌 원자재, REITS는 모두 평균 수익률 1.0% 이상을 기록했지만, 미 국채, 주택저당증권, 투자등급 채권의 성과 상승폭은 하락했습니다. 반면 이머징 마켓 채권, 미국 하이 일드 채권 등 저성장 환경에서 부진했던 채권 상품들의 성과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결과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장기적으로 우리가 주식 및 채권 투자에서 기대하는 전형적인 성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의 시장 사이클을 살펴보면, 주식은 채권 대비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 환경에서의 팩터를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

무엇보다도 위 표는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자산군 성과와 경제 성장 상황 간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경제 성장 환경은 인플레이션 환경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과거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자산군이 보인 전반적인 성과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성과는 경제 성장 환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이 고려할 사항들

결국 현재 운용중인 포트폴리오 변경을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대한 미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해야 성공적인 투자전략 수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변수 중 한 가지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두 가지 모두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가령, 향후 12개월 동안 저성장/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확신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당사는 이 국면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이러한 확신을 기반으로, 거액의 투자자금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거나,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 말처럼 심각해지면 주식보다 채권의 명목수익률이 많은 타격을 입어 부정적인 수익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투자자들은 자산 배분 방침을 결정지을 성장/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하방 위험(downside risk)을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장기적인 투자 목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더 나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합니다.

결론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까지도 정확히 예상하는 일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자산 배분 정책 수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편향에 대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심각한 물가 상승에 직면하여 무언가 하고자 하는 유혹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파악하는 일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 이후의 문제, 즉 중기적으로 성장률을 전망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수익률 하락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산 배분을 변경한다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당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면서 현재 자산배분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We identify the regimes using a hidden Markov regime-switching model using CPI and real GDP growth. The low and high inflation regimes correspond to an annualized mean of 1.7% and 3.6% respectively. Similarly, the annualized means for the high, medium and low real GDP growth regimes are 4%, 2.3% and -0.25%.
2 If we look further back in history, these fixed income securities failed to protect portfolios when inflation was unhinged during the 1970s. REITs and commodities provided relatively higher retu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