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주식 전망: 가치주의 화려한 귀환?

경기 사이클의 초기화: ‘올드 노멀(The Old normal)’

2020년은 세계 경제와 모든 자산군 시장에 걸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로 꼽힐 수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폭락하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다가 기록적인 규모의 통화 및 재정 부양의 결과로 불과 몇 달 만에 반등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는 사실상 ‘초기화(reset)’ 되었으며, 2021년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시장은 경기 회복 초기 단계 양상을 보이며 정상으로의 복귀 (return to normal)를 향하고 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 투자전략팀은 전 세계 시장이 ‘올드 노멀(old normal)’로 움직이고 있다는 견해이다. 중기적 관점에서 기업 실적과 경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는 경기침체 후 초기 회복 단계(early post-recession recovery phase)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 시스템 내 여유생산능력(예: 높은 실업률 수준)여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저인플레 성장을 시현이 가능하며 이러한 경기상황은 주식과 같은 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산군 전망 – 주식

경제 회복 초기 사이클은 저인플레이션 및 저금리를 배경으로 채권대비 주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채권의 수익률을 -0.1%, 반면 글로벌 주식의 수익률을7.3%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글로벌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지역별로 상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 속도가 빠른 대형 테크 기업들의 주도로 최근 수 년 동안 우수한 성과를 달성해 온 미국 주식의 경우 밸류에이션 스프레드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타 지역 주식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으나,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및 신흥국 주식 시장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별 수익률 격차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로 벌어질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초기화 되면서 그간 미국 주식 상승세를 이끌었던 시장환경과 요인들이 약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지속되면 여러 해 동안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했던 경기민감 (cyclical) 섹터들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미국 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가치주의 시대

성장주 대비 가치주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위에서 언급된 미국 외 주식시장의 성과 호조를 예상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가치주는 실적 대비 낮은 멀티플(multiple)에 거래되고 성장률이 높지는 않으나 배당수익률이 높으며 경기변동에 민감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 소재, 에너지 업종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성장주는 비교적으로 높은 멀티플에 거래되고, 고성장이 예상되나 미래 성장을 위해 수익이 재투자되기 때문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장주에는 보통 경기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와 기술주가 포함된다.

2021년 경기 사이클의 초기화로 진입, 경기침체 이후 회복되는 시장상황에서 성과가 우수한 가치주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경기민감섹터에 우호적인 환경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산군의 매력도를 측정하는 당사의 Cycle, Value and Sentiment(CVS)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가치주는 매우 매력적으로 평가되며, 올해 가치주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Cycle

앞서 언급된 ‘회복 초기 사이클 (early post-recession recovery phase)’ 시장 환경은 가치주의 상대적 매력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최근 발표되는 다수의 경기 지표들은 당사 CVS 프로세스의 ‘사이클’ 신호를 입증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기업실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시장 전반 특히 경기민감섹터에 있어 주당순이익(EPS) 상승은 가치주 매력도를 측정하는 핵심적인 척도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EPS 성장률이 낮을 때는 상대적으로 EPS 성장세가 높은 성장주에 대한 수요와 프리미엄이 높아지나, 시장 전반적으로 EPS 성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성장주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진다.

가치주 투자 비중을 늘려야 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정성적인(qualitative) 경제 신호들도 최근 발표되고 있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경기방어적 섹터 대비 경기민감주 섹터가 반등할 때 양호한 성과를 내는데, 다수의 국가들의 제조업지수 및 경기선행 지표들(OECD 경기선행지수 등)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 회복과 더불어 경기민감주 섹터 반등 및 가치주 성과 회복 흐름을 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재정 부양책은 가치주 성장 환경을 지지해 주는 또 하나의 호재이다.

Valuation

현재 가치주들은 절대적·상대적 기준에서 저평가 되어있다. ‘제로’ 수준(일부 시장에서는 마이너스)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을 포함한 장기 듀레이션을 가진 자산의 밸류에이션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최근 장기 듀레이션 특성을 보유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2000년대 초 테크버블 시장 환경에서 보다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어 있다. (Equity Duration 측면에서 볼 때 성장주는 장기 듀레이션을 가진 특성을 가지고 있음)

Equity Duration 측면에서, 먼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 분포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주식의 듀레이션을 측정한다면 성장주는 장기 듀레이션 자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현금흐름 혹은 순이익이 먼 미래에 존재), 가치주 대비 듀레이션이 길다고 본다. 여러 지표를 근거로 평가할 때 현재 성장주와 가치주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이며, 경기 확장이 지속되고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되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저금리 환경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듀레이션 효과로 성장주의 가치 하락폭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Sales to Price Premium/Discount vs. MSCI ACWI

Note: In the chart above, RFP stands for Russell Factor Portfolio.

Sentiment

코로나19 팬데믹과 전 세계적인 경제 봉쇄가 에너지, 금융 등 경기민감섹터에 큰 영향을 주면서 2020년 3월은 가치주가 역사상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기간 중 하나였다. 글로벌 가치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반등하고 경기 회복과 정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게 되면서 가치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2020년 11월에 발표된 코로나 백신 개발 뉴스는 가치주로 자금이동을 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11월 9일 화이자가 자사 백신의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시장은 글로벌 경제와 경기민감주에 대해 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게 되었고, 성장주와 모멘텀 주식에서 가치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성장주로부터 경기민감가치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는 긍정적인 수준으로 개선됐다. 투자 심리(sentiment)는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며, 극단적으로 부정적이던 가치주에 대한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된 것은 유의미하고 중요한 변화다. 이러한 변화 또한 올해 가치주의 성과 개선을 기대하는 대목이다.

결론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CVS 투자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가치주를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당사의 주식 펀드들은 Value 스타일의 비중을 높인 전술적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